한약 먹으면 간이 나빠질까, 국내 연구로 살펴봤습니다
"한약을 먹으면 간이 상한다"는 말,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. 국내 전향적 연구와 건강보험 빅데이터 연구로 본 한약과 간 손상의 관계, 그리고 한약을 안전하게 복용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.

건강검진 결과지의 '간 수치' 칸을 한참 들여다보다가, 가족이 챙겨 준 보약 봉지를 앞에 두고 망설이게 됩니다. "한약 먹으면 간 나빠진다던데, 괜찮을까?" 진료실에서 보약이나 치료 한약을 권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.
충분히 걱정하실 만한 부분입니다. 그래서 이 글에서는 막연한 안심도, 막연한 불안도 아닌,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려 합니다.
'약 때문에 생기는 간 손상'이란 무엇인가요
우리 몸에 들어온 약은 상당 부분 간에서 처리됩니다. 이 과정에서 간세포가 상하면 혈액 검사에서 AST·ALT 같은 간 수치가 올라가는데, 이를 약인성 간 손상이라고 합니다. 약인성 간 손상은 병원 처방약, 일반의약품, 약초, 건강기능식품 등 여러 가지로 생길 수 있습니다.[4] 그중 한약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를 '한약 유발 간 손상'이라고 부릅니다.
실제로 얼마나 생기나요
전국 10개 대학 한방병원이 함께한 전향적 연구(2017)에서는 한약을 복용한 입원환자 1,001명의 간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했습니다. 전향적 연구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환자를 따라가며 관찰하는 연구입니다. 이 중 한약 유발 간 손상 기준에 해당한 사람은 6명(0.6%)이었고, 6명 모두 간 손상과 관련된 증상은 없었습니다.[1]
국내 연구 9개, 8,625명을 종합한 메타분석(2021)에서는 발생률이 0.49%였습니다. 입원환자(0.62%)가 외래환자(0.03%)보다 높았고, 연구진은 포함된 연구의 질과 참여자 수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.[2]
동네 한의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. 전국 한의원 238곳의 검사 자료 2,791건(2026)을 분석한 결과, 한약 처방 후 AST·ALT 수치가 오히려 낮아졌고, 간 손상으로 확인된 경우는 2건(0.07%)이었으며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.[3] 연구진은 한약의 안전성을 정확히 살피려면 국가 차원의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.[3]
건강보험 청구자료 연구(2025)는 약인성 간 손상 진단을 받은 환자 자료를 분석했습니다. 그 결과 한약 처방의 상대위험도는 0.99로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. 다만 기존에 간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는 위험이 약간 높았습니다. 연구진은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과 관리되지 않는 제품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.[4]
이 연구들을 종합하면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으로 간 손상이 생기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. 그렇다고 위험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며, 특히 간 질환이 있는 분은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.

그래도 주의할 약재가 있나요
있습니다. 국내에 보고된 한약 관련 간 손상 97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하수오(39.2%)와 백선피(37.1%)가 가장 많이 관련되어 있었습니다.[5] 한약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약재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고, 그래서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미국 국립보완통합보건센터(NCCIH)는 보충제나 약초가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하거나, 특정 질환이 있을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. 그래서 수술을 앞둔 경우를 포함해 복용 중인 모든 것을 의료진에게 알리라고 권합니다.[6]
한약을 안전하게 복용하려면
- 병력과 복용 중인 것 알리기 — 간 질환 병력, 복용 중인 양약·건강기능식품을 진료 시 알려 주세요.
- 임의로 달여 먹지 않기 — 처방받지 않은 약재를 임의로 달여 먹거나 오래 복용하지 마세요.
- 검사 결과 챙겨 오기 — 최근 건강검진이나 혈액 검사 결과가 있으면 진료 때 함께 보여 주세요.
참고로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원외탕전실의 시설·운영·조제 과정 전반을 평가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.[7] 원외탕전실은 의료기관이 밖에 따로 둔, 한약을 달이는 시설을 말합니다.[7]
한의원에서는 이렇게 살핍니다
힘찬한의원에서는 한약을 처방하기 전에 지금 불편한 증상이 언제, 어떻게 시작됐는지와 식습관·수면·생활환경을 자세히 여쭙습니다. 간 질환 병력과 복용 중인 약, 건강기능식품도 확인하고, 이전에 받은 검사 결과가 있으면 함께 봅니다. 진찰 결과에 따라 처방을 정한 뒤 왜 이 처방을 고르는지, 어떻게 복용하는지 설명해 드리고, 복용 중 달라진 점을 확인하며 조정합니다. 보약 상담은 손인아 원장이 맡고 있습니다.
참고문헌
- Cho JH, Oh DS, Hong SH, et al. A nationwide study of the incidence rate of herb-induced liver injury in Korea. Arch Toxicol. 2017;91(12):4009–4015. doi:10.1007/s00204-017-2007-9. https://pubmed.ncbi.nlm.nih.gov/28634823/
- Lee NH, Lee GY, Park CR, et al. Risk levels of herb-induced liver injury in Korea: from a meta-analysis. Integr Med Res. 2021;10(3):100705. doi:10.1016/j.imr.2020.100705. https://pubmed.ncbi.nlm.nih.gov/33665093/
- Cho E, Ko MM, Yang C, Kim S. Safety of herbal medicines in Korean medicine clinics in Republic of Korea: A nationwide retrospective longitudinal cohort study. J Integr Med. 2026;24(2):192–200. doi:10.1016/j.joim.2025.12.001. https://pubmed.ncbi.nlm.nih.gov/41455671/
- Yang T, Ahn J, Won S, Lee S. Exploring the association between herbal medicine usage and drug-induced liver injury: insights from a nationwide population-based cohort study using SCCS in South Korea. Front Pharmacol. 2025;16:1498124. doi:10.3389/fphar.2025.1498124. https://pubmed.ncbi.nlm.nih.gov/39944618/
- Lee WJ, Kim HW, Lee HY, Son CG. Systematic review on herb-induced liver injury in Korea. Food Chem Toxicol. 2015;84:47–54. doi:10.1016/j.fct.2015.06.004. https://pubmed.ncbi.nlm.nih.gov/26165727/
- NCCIH (NIH). Using Dietary Supplements Wisely. https://www.nccih.nih.gov/health/using-dietary-supplements-wisely
-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. 「원외탕전실 평가인증 기준 개선, 한약의 안전성과 신뢰도 높인다」 보도참고자료. 2025-11-21. https://www.mohw.go.kr/board.es?act=view&bid=0027&list_no=1487971&mid=a10503000000
사진 출처
- 그릇에 담긴 달인 한약 — The Tran Dynasty, Wikimedia Commons, CC BY-SA 4.0
- 경동시장의 오미자·구기자 등 약재 — Fred Ojardias, Wikimedia Commons, CC BY 2.0
이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,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. 치료 효과와 경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,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. 참고문헌 확인일: 2026년 9월 29일.